2018-08-01 ~2018-08-31
참여작가 : 김영미, 김재현, 박윤지, 예박, 허지나, 황승수
밤이 깊어지자 모닥불이 피어오른다.
여정을 함께하는 사람들은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여독을 풀기 위해 하나둘 모닥불 주위로 모이기 시작한다.
모두가 조용히 불을 쬐고 있을 때, 누군가 남들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입을 뗀다.
조금은 특별한 사연의 시작과 함께 흥은 점점 더해가고 웃음과 수다가 끊이지 않는 사람들.
신명나게 풀어낸 여섯 사람의 만담이 끝에 다다르자 이윽고 모닥불도 꺼진다.
오늘의 해는 이미 떠올랐고 이제 다시 여정을 시작할 때다.
<만담회 : Space, Story-telling, Special>은 “동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각자 무슨 고민을 지니고 있을까?”라는 진지한 질문을 익살스럽게 때로는 은밀하게 풀어내는 작가들의 작품에서 착안한 단체전이다. 8월 1일부터 31일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써내려가는 6인의 특별한 만담꾼들은 강남에 위치한 아트플러스갤러리 한 공간에 모여 각자의 이야기를 엮어보려고 한다. 어떤 이는 과거의 고민을 간직한 채로, 다른 이는 새로운 고민을 안은 채로 나타나지만 이 속에 담긴 모두의 사연 하나하나가 만담의 소중한 주인공이다.
이 전시는 자신의 비밀스러운 고민에 재치를 담아내는 각기 다른 여섯 작가의 작품을 한 곳에 모아 만담을 푸는 형식으로 구성해보고자 했다. 만담을 속된 말로 ‘아무말 대잔치’라지만 만담만큼이나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고민을 마치 아무 말이나 하듯 유쾌하게 끌러낼 수 있는 것도 없다. 만약 자신의 내면으로만 깊숙이 빠져든다면 우리의 이야기는 시커멓게 타고 바스라지는 바람에 고민의 불씨마저 꺼뜨리고 만다. 따라서 이 전시는 여섯 명의 작가가 아트플러스갤러리에 모여 자신만의 사연을 위트 있게 드러내고 주위에 있는 다른 작품과 공명을 이루는 가운데 작가의 세계와 지평을 넓히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또 다른 시작을 예고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재미난 만담이 한 공간을 가득 메울 이번 전시가 어떤 작가에게는 자신의 깊은 고민이 스며있는 작업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다른 작가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타인의 고민으로부터 자극 받는 기회를 주길 바란다. 우리는 이곳에서 읽어낼 수 있는 다양한 텍스트와 여섯 작가가 새롭게 엮을 텍스트 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드러나는 작품 안팎의 익살스러운 형상을 바라보면서 각자의 고민을 기꺼이 모닥불에 태우며 꺼지지 않는 불길로 끊임없이 만담을 이어나갈 것이다.
<전시서문 : 박주영>